한국 사회에서 왜 중대산업재해는 반복되는가?

– SPC와 포스코이엔스를 중심으로 본 산업안전의 민낯

또다시 터진 중대사고, 문제는 시스템이다

2025년 5월과 7월, SPC 시화공장과 포스코이엔스 냉각탑 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중대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도 3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되풀이되는 죽음’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기업과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고 유감을 표하지만, 구조적인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왜 이런 참사는 반복되는가? 이 글은 SPC와 포스코이엔스 사례를 통해 한국 산업현장의 안전 시스템이 왜 실패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2. SPC 시화공장 사고: 위험은 여전히 일상이다

2025년 5월, 경기도 시화공단에 위치한 SPC삼립 제과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냉각 컨베이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3번째 끼임 사망사고이며, 지난 3년간 SPC 계열사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무려 6명에 이른다.

반복된 기계 끼임 사고

  • 2022년: SPL 평택공장, 소스 교반기 사고
  • 2023년: 샤니 성남공장, 컨베이어 사고
  • 2025년: SPC 시화공장, 냉각벨트 사고

문제의 핵심

  • 전원 차단 없이 청소작업: 이번 사고에서도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 노후화된 기계와 불완전한 자동화: 사고 기계는 자동 윤활이 되지 않아 작업자가 손으로 윤활유를 뿌려야 했다.
  • 형식적 안전교육과 낮은 현장 감시력: 실제로 현장에서의 안전 매뉴얼 준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SPC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 이후 1,000억 원 규모의 안전투자를 약속했으나, 실효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 포스코이엔스 냉각탑 사고: 안전불감증은 건설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2025년 7월, 포스코이엔스가 시공한 냉각탑 보수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들은 고소작업 중 추락사했으며, 해당 현장은 고용노동부가 ‘위험작업장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곳이었다.

사고의 주요 원인

  • 작업 허가 누락: 작업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작업 허가서’ 절차가 무시됐다.
  • 감독자 부재: 작업 중 현장 감독자가 없었고, 안전 관리자 역시 부재 상태였다.
  • 추락 방지 조치 미흡: 고소작업을 위한 안전장비(로프·발판) 설치가 부적절했으며, 이에 따라 즉시 추락 위험에 노출되었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며, 포스코이엔스는 경영책임자까지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4.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가?

1) 원청-하청 구조 속 책임 회피

많은 산업현장은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운영되며, 위험한 작업은 대부분 하청 노동자 몫이다. 원청은 책임을 외면하고, 하청은 구조상 안전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2) 산업안전을 비용으로 보는 기업 문화

‘생산성’과 ‘속도’가 강조되는 구조 속에서 안전은 언제나 후순위다. 기업은 설비를 교체하거나 공정을 중단하는 대신, 최소한의 교육과 보호구 지급만으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

3) 유명무실한 중대재해처벌법

2022년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 발생 시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 실제 처벌 사례는 극히 적고,
  • 대부분은 집행유예 또는 기소유예로 끝난다.
    게다가 기업은 법무팀을 통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익숙하다.

5. 제도는 있는데, 실행은 왜 안 되나?

① 인력 부족한 감독 기관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관은 전체 현장을 감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1명의 감독관이 1년에 감시해야 할 사업장이 수백 곳에 달한다.

② 형식적인 안전 매뉴얼

기업들은 대개 ‘책임 회피용’ 매뉴얼을 제작하고, 이를 교육했다고 서류상으로만 남긴다. 실질적인 훈련이나 점검은 없는 경우가 많다.

③ 책임 소재 불명확

사고 발생 후 ‘직원 개인의 부주의’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포스코이엔스 사고에서도 회사 측은 ‘안전수칙은 있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6.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 원청의 실질 책임 강화

하청의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원청이 책임지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 원청이 하청 업체의 작업 환경과 안전관리 체계를 직접 관리하게 해야 한다.

✅ 안전 예산 의무화

기업의 매출 대비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안전투자에 사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비용이 아닌 ‘투자’로 안전을 접근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노동자 참여 시스템

작업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신고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현장 안전감시단’이나 ‘노동안전협의체’**가 필요하다.

✅ 실효성 있는 처벌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실형 또는 확정적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경고가 아닌 실질적인 법 집행이 재발 방지의 핵심이다.


“산업재해는 사고가 아니라, 예방할 수 있는 구조적 살인이다.”
SPC와 포스코이엔스에서 반복된 사고는 한국 사회가 아직도 노동자의 생명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제는 애도에 그치지 않고, 제도와 문화,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절실하다.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산업현장은 선진국이 아니다. 중대재해를 더는 뉴스에서 보지 않도록, 모두의 책임과 감시가 필요하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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