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사랑이라는데, 왜 세상은 이토록 아플까요?
“신은 사랑이시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많은 종교와 철학은 신의 본질을 ‘무조건적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정말 신이 모든 존재를 사랑하신다면, 왜 고통받는 이들이 있고, 왜 어떤 이들은 구원받지 못하는 걸까요?
모든 생명이 신의 창조물이라면, 왜 모두가 구원의 길에 이르지 못할까요?
이 글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신의 사랑이 조건 없는 것이라면, 신의 계획 또한 모든 생명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어야 할까요?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신학적, 철학적, 종교적 관점에서 차분히 탐구해보려 합니다.
답은 하나가 아닐 수 있지만, 함께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진리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 사랑이란 무엇인가?
먼저 “무조건적 사랑”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닙니다.
- 조건 없이 사랑하는 태도
- 상대의 행동이나 자격, 자산, 상태와 상관없이 존재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
- 벌하지 않으며, 기다려주는 사랑
- 비난이나 처벌보다는 회복과 기회를 제공
- 관계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랑
- 분리나 단절보다 다시 하나 되기를 추구
신의 사랑이 무조건적이라는 것은, 모든 생명을 차별 없이 사랑하신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 사랑은 모든 사람을 자동적으로 구원하지 않을까요?
자유의지와 선택: 구원의 핵심 열쇠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자유의지입니다.
만약 신이 모든 생명을 강제로 구원한다면, 그것은 강요된 사랑이며 진정한 관계가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은 선택의 여지와 거절의 가능성 속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부모에게 “나는 당신을 원하지 않아”라고 말할 자유가 없다면, 그 사랑은 억압이 됩니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심으로써, 인간이 스스로 신을 선택하거나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신 것입니다.
결국, 구원은 강요가 아니라 응답입니다.
신은 문을 여셨지만,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각자의 선택입니다.
고통과 악의 존재는 신의 무능함 때문일까?
“왜 사랑의 신이 세상에 고통을 허락하시는가?”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철학과 신학에서 제기된 신정론(Theodicy)의 주제입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유의지의 필연적 결과
고통과 악은 신의 창조가 아니라, 자유를 가진 피조물이 자초한 결과라는 견해입니다.
신은 인간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셨기에, 인간은 선을 택할 수도 있지만 악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2. 영적 성장의 도구
고통은 때때로 인간이 깨닫고 성장하는 기회를 줍니다.
영적 성숙, 회복, 내면의 변화는 편안한 환경보다 고난 속에서 더 깊이 일어납니다.
3. 신의 계획 안에 포함된 과정
우리가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도, 더 큰 전체의 그림에서는 필연적인 퍼즐 조각일 수 있습니다.
즉, 고통은 신의 무관심이 아니라, 보다 깊은 사랑과 자율성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모든 생명을 향한 계획을 갖고 계시는가?
성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 디모데전서 2장 4절
이 구절은 매우 중요합니다.
신은 분명히 모든 존재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마음을 갖고 계십니다.
다만 그 구원이 억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로운 응답과 맞물려야만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신의 사랑은 모든 문을 열어두었지만, 그 안으로 들어올지는 인간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불교와 이슬람, 힌두교의 관점은?
이 질문은 기독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 전통에서도 다뤄집니다.
불교:
모든 중생은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부처는 끊임없이 중생을 자비로 인도합니다.
다만, 욕망과 무지가 자발적 깨달음을 방해합니다.
이슬람:
알라는 자비로우신 분이지만, 신에 대한 순종과 인정이 전제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인도는 주어졌지만, 선택은 각자가 해야 합니다.
힌두교:
다양한 윤회 속에서 **모든 아트만(자아)**은 결국 브라흐만(신성과 일체)에 이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업과 무지가 그 길을 더디게 할 뿐입니다.
이처럼 모든 종교는 “신의 자비”와 “개인의 선택”을 균형 있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은 ‘선택받은 자’만 구원하실까?
성경이나 코란 등에서는 종종 ‘택하신 자’, ‘선민’, ‘의인’ 등의 표현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초대되었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오라.”
— 요한복음 7장 37절
구원은 특정 계급, 민족, 조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에게 열려 있습니다.
문제는 그 초대를 받아들이는가 아닌가입니다.
신의 계획은 배제가 아닌, 사랑에 응답할 기회의 제공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신의 존재가 무조건적 사랑이라면, 왜 모든 생명을 구원하지 않으시는가?”
그 대답은 이렇습니다:
- 신은 모든 생명을 사랑하시며 구원하시려는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 다만, 그 사랑은 자유의지 속에서의 자발적 응답을 기다리는 사랑입니다.
- 구원은 강요가 아닌, 응답을 전제로 한 관계입니다.
- 그러므로 신의 계획은 선택적이 아니라, 전 인류를 향한 초대의 계획입니다.
신은 모든 생명을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은 지금도 당신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참고자료
- 「Conversations with God, Book 1-3」 by Neale Donald Walsch
- C.S. Lewis, The Problem of Pain
- 『요한복음』, 『디모데전서』, 『로마서』 등 성경 본문
- Dalai Lama, The Art of Happiness
- 알 가잘리, 『이슬람 윤리학의 본질』
- 오쇼 라즈니쉬, From Sex to Superconsciousness